
강남역 7번 출구의 그녀
By 강은서
romance · 2026-04-23
향서율은 약혼자 석진표에게 버려지고 죽음을 맞이하지만, 10년 전으로 회귀한다. 복수를 다짐하며 석진표에게 접근하지만, 그 역시 회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장
강남역 7번 출구의 그녀
차가운 쇠붙이가 관자놀이에 닿는 순간, 향서율은 숨을 멈췄다. 10초. 그 10초 안에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빚더미에 깔린 가족, 그리고 그녀를 벼랑 끝으로 밀어낸 약혼자, 석진표. 모든 것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후회…하세요?" 향서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녀의 앞에 선 남자는 냉정하게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볼 뿐이었다. 석진표. DK 그룹의 후계자이자, 한때 그녀의 전부였던 남자. 이제는 그녀를 파멸로 이끄는 존재가 되었다.
"후회는 네 몫이다, 향서율." 석진표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향서율은 눈을 감았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에게 버려졌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향서율은 익숙한 천장을 마주했다. 낡은 벽지, 빛바랜 커튼. 10년 전, 그녀의 가난했던 자취방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향서율은 벌떡 일어났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2014년 5월 15일. 그녀가 석진표를 만나기 3개월 전이었다.
"회귀…한 건가?" 향서율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녀는 분명히 죽었다. 석진표의 손에. 그런데 왜, 어째서 10년 전으로 돌아온 것일까? 신의 장난인가, 아니면 그녀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가.
향서율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 2014년의 세상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DK 그룹’을 입력했다. 여전히 건재한 재벌 기업. 그리고 석진표. 그의 이름 석 자는 여전히 향서율의 심장을 멎게 할 만큼 강력했다.
10년 전으로 돌아온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석진표를 다시 만나 파멸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칠 것인가. 향서율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과거와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복수를 다짐했다. 그녀를 버리고, 가족을 파멸시킨 석진표에게. 하지만 복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는 DK 그룹의 후계자이자, 냉혹하고 잔인한 남자였다.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적들과 아첨꾼들이 득실거렸다.
향서율은 먼저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1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있는 그녀는, 그것을 이용해 DK 그룹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웠다. 그녀는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미래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석진표에게 복수할 힘을 길러야 했다.
몇 달 후, 향서율은 우연을 가장해 석진표에게 접근했다. 그는 여전히 차갑고 냉정했지만, 그녀에게 묘한 관심을 보였다. 향서율은 그의 관심을 이용해 DK 그룹 내부의 정보를 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점점 더 구체화되어 갔다.
어느 날, 석진표는 향서율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내 약혼녀가 되어 줘." 그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향서율은 그 속에 숨겨진 함정을 알고 있었다. 석진표는 그녀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향서율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복수를 위해, 그의 곁에 머물기로 결심한 것이다.
약혼 발표 후, 향서율은 DK 그룹의 안주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화려한 옷과 보석, 고급스러운 저택. 모든 것이 그녀를 낯설게 만들었지만, 향서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하나, 석진표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석진표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향서율은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차가운 눈빛 속에 숨겨진 고독과 슬픔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왜 그토록 냉정하고 잔인해졌을까? 향서율은 그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석진표 역시, 그녀처럼 회귀했다는 것을.
향서율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복수는 과연 정당한 것일까? 아니면, 두 사람은 또다시 비극적인 운명에 휩쓸리게 될까? 석진표의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랜만이군, 향서율. 아니, 이제는 강향서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