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웨딩드레스

핏빛 웨딩드레스

By 임소영

romance · 2026-04-23

서연화는 루하빈에게 버림받고, 결혼식장에서 루하빈은 비자금 혐의로 체포된다. 연화는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음모의 시작임을 직감하고 불안에 휩싸인다.

1장

핏빛 웨딩드레스

칼날 같은 섬광이 눈앞을 스쳤다. 쨍한 샴페인 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 비명처럼 날카로운 유리 파편 조각들이 흩뿌려졌다. 나는, 서연화는, 그 모든 파편 속에서 붉게 물들어가는 웨딩드레스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결혼, 없었던 걸로 해요.”

귓가에 낮게 울리는 루하빈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단 한 번도 따뜻한 온기를 느껴본 적 없는 그의 눈빛은 오늘따라 더욱 냉혹하게 빛났다. 5년간의 계약, 그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재벌가의 정략결혼, 그의 사업적 필요에 의해 시작된 관계는 이제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루하빈은 대한민국 경제계를 쥐락펴락하는 태강 그룹의 후계자였다. 냉철하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서연화와의 결혼은 단순한 ‘거래’였다. 태강 그룹의 경쟁사인 서진 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인 쇼윈도 부부.

서진 그룹의 외동딸인 나는, 아버지의 회사와 가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랑 없는 결혼 생활, 감정 없는 관계.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며 묵묵히 그의 옆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제, 그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5년 동안 그에게 그 어떤 감정도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버려지는 순간이 다가오니 가슴 한켠이 송곳으로 꿰뚫린 듯 아려왔다. 텅 빈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루하빈의 시선은 마치 투명한 유리벽처럼 느껴졌다. 그 어떤 감정도, 그 어떤 이해도 담겨 있지 않은, 철저히 계산된 차가움만이 존재했다.

“이제 서진 그룹은 더 이상 태강 그룹의 적이 아니니까. 그리고… 당신, 이제 쓸모없어졌잖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잔인하리만치 날카로웠다. 마치 심장에 칼을 꽂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았다.

그 순간, 홀 안으로 낯선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검은 양복을 입은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홀 안을 장악해 나갔다. 루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루하빈 씨, 서진 그룹 비자금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수사관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졌다. 루하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그들은 망설임 없이 그에게 수갑을 채웠다. 그는 끌려가면서도 나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 눈빛은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며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다. 누군가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음모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을…

차가운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들이 핏빛 웨딩드레스 자락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나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과연 나는 이 거대한 음모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루하빈은 정말 이대로 몰락하게 될까?

2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