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정해준 남자친구
By A장
romance · 2026-04-23
조민아는 회사의 중요한 계약을 위해 강 회장의 손녀딸 결혼식에 가짜 남자친구를 데려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디자인팀의 매동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과거의 빚을 언급하며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그러던 중 6년 전 첫사랑 조도겸에게서 갑작스러운 연락이 온다.
1장
엄마가 정해준 남자친구
“조민아 씨, 이번 주말 강 회장님 손녀딸 결혼식에 같이 가 줘야겠어.”
팀장의 말에 조민아는 들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릴 뻔했다. 주말? 결혼식? 그것도 강 회장 손녀딸의?
“팀장님, 제가 뭘 잘못 들은 건 아니죠? 제가 왜…”
“알잖아, 우리 회사 강 회장님 빽으로 돌아가는 거. 이번에 새로 런칭하는 뷰티 라인, 강 회장님네 유통망 없이는 불가능해. 근데 그쪽에서 조건이 붙었어. 강 회장님 손녀딸 결혼식에 ‘제대로 된’ 파트너랑 같이 나타나라고.”
조민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된 파트너라니. 그녀의 3년 된 남자친구는 백수였고,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가진 그녀의 친구들은 죄다 결혼했거나, 아니면 그녀를 ‘돈 많은 남자’ 만나게 해줄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왜 저인가요?”
팀장은 얄미울 정도로 능글맞게 웃었다. “조민아 씨, 우리 팀에서 제일 예쁘잖아. 옷도 제일 잘 입고. 게다가… 강 회장님, 조민아 씨 이미지 엄청 좋아하셔. 전에 회식 때 잠깐 봤는데, 칭찬을 얼마나 하시던지.”
그녀는 기억을 더듬었다. 회식… 강 회장… 아! 3개월 전, 억지로 끌려갔던 그 지옥 같은 회식 자리. 그녀는 술에 취해 강 회장에게 엉뚱한 소리를 지껄였었다. ‘회장님, 주식 투자는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라고.
“그때 제가 실수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야. 회장님은 오히려 조민아 씨 솔직함에 감탄하셨대. 아무튼, 이번 주말까지 ‘가짜’ 남자친구를 데려와야 해. 안 그러면… 알지?” 팀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그녀의 계약직 신분이 떠올랐다.
그녀는 29살, 이름만 번지르르한 대기업 ‘세련 코스메틱’의 계약직 마케터였다. 뛰어난 능력 덕분에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빽’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방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고,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시간이 없네요…” 그녀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팀장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혹시… 주변에 아는 남자 없어? 키 크고, 잘생기고, 옷 잘 입는 남자.”
그녀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6년 전, 그녀의 대학 시절 첫사랑, 조도겸. 그는 모델처럼 잘생겼고, 옷 스타일도 완벽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연락이 끊긴 지 벌써 5년이나 되었다.
조민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의 이름 석 자를 검색했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없어요…” 그녀는 힘없이 대답했다.
팀장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없어? 큰일인데… 이번 계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
그때, 그녀의 눈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옆 부서, 디자인팀의 매동윤. 그는 키도 크고, 옷도 잘 입었다. 무엇보다… 그는 ‘게이’였다. 완벽한 위장 남자친구 역할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팀장님, 혹시… 매동윤 씨는 어때요?”
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동윤? 그 친구… 괜찮긴 한데… 게이잖아.”
“그게 오히려 더 완벽할 수도 있죠. 강 회장님은 절대 모를 거예요. 그리고 매동윤 씨라면, 저를 도와줄지도 몰라요.”
팀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부탁해 봐. 하지만… 쉽지 않을 거야. 매동윤, 꽤 까다로운 애잖아.”
조민아는 깊은 숨을 쉬었다.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것뿐이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디자인팀 사무실로 향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매동윤은 차가운 도시 남자 같은 인상이었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야 했다.
디자인팀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활기 넘쳤다. 그녀는 매동윤의 자리를 찾았다. 그는 헤드폰을 낀 채 디자인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 매동윤 씨,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그는 헤드폰을 벗고 그녀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무슨 일이시죠, 조민아 씨?”
그녀는 숨을 크게 쉬고 입을 열었다. “저… 실례인 줄 알지만, 혹시 이번 주말에 저랑 ‘가짜’ 남자친구 역할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매동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그 제안, 꽤 흥미로운데요. 하지만… 그냥은 안 되죠. 조민아 씨, 당신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잖아요?”
그녀는 그의 마지막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갚아야 할 빚’이라니? 그녀는 그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은 어딘가 섬뜩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매동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6년 전, 당신이 나에게 했던 짓… 잊지 않았겠죠?”
그녀는 그의 차가운 숨결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6년 전… 그녀가 그에게 무슨 짓을 했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 복수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녀의 ‘가짜 연애’는 시작도 전에 꼬여버린 것 같았다.
그때, 그녀의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모르는 번호’였다. 그녀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낯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네, 조민아. 잘 지냈어?”
그녀는 숨을 멈췄다. 그 목소리는… 6년 전 그녀의 첫사랑, 조도겸이었다.
“재… 조도겸 씨?”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 나야. 이번 주말, 시간 있어? 할 얘기가 좀 있는데.”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매동윤의 복수, 조도겸의 갑작스러운 연락… 그녀의 ‘가짜 연애’는 어디로 흘러갈까? 그녀는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