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의 오피스아워
By 정유리
romance · 2026-04-23
주인공 하율은 태성 그룹 회장의 비서로, 그의 아들 추건혁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회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추건혁의 정략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절망에 빠진다. 추건혁은 하율에게 아이에 대해 묻고, 하율은 충격에 휩싸인다.
1장
교수님의 오피스아워
핏빛 벚꽃이 흩날리는 밤, 나는 그의 아이를 지웠다. 칼날 같은 후회와 함께.
추건혁, 그는 재계 1위 태성 그룹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아버지, 서 회장의 비서였다. 처음부터 잘못된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뜨거운 눈빛, 부드러운 손길,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말들은 나를 파멸로 이끄는 독약과 같았다.
“하율 씨, 오늘 저녁 회장님과의 식사에 동석하게.” 인사팀장의 딱딱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서 회장과의 식사. 그 자리가 얼마나 불편하고 위험한지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추건혁과의 관계를 들킬까 봐, 매 순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회식 장소는 강남의 고급 한정식집이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서 회장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추건혁은 내 옆자리에 앉아, 술잔을 채워주며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 그의 손이 스치기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하율 씨, 요즘 회사 일은 어떤가? 힘든 점은 없는가?” 서 회장의 질문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회장님.”
식사가 무르익을 무렵, 서 회장이 갑자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추건혁이 녀석,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더군.” 나는 숨을 죽였다. 좋은 소식이라니, 설마… 결혼? 추건혁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그의 눈빛은 불안함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 그건…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추건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서 회장은 추건혁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상대는 아주 훌륭한 집안의 따님이라고 들었네. 태성 그룹에 큰 도움이 될 거야.”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추건혁의 결혼 상대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 결혼이 태성 그룹의 이익을 위한 정략결혼이라는 사실이 나를 더욱 절망에 빠뜨렸다. 나는 그에게 있어서 그저 잠깐의 유희였던 걸까?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추건혁이 다급하게 내 손목을 붙잡았다. “하율아, 잠깐만 얘기 좀 해.”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무슨 할 말이 남았어요?” 차가운 내 태도에 추건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율아, 나는… 나는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너를…”
“충분해요.”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의 변명은 나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등을 돌려 걸어가는데, 추건혁의 마지막 말이 내 귓가에 꽂혔다. “하율아, 네 뱃속의 아이… 어떻게 할 거야?”
핏빛 벚꽃이 더욱 붉게 물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