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샴페인

오후 세 시의 샴페인

By A장

romance · 2026-04-23

강하율은 눈을 떠보니 10년 전 과거로 돌아왔다. 그녀는 재벌가의 정략결혼을 피하고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미 약혼 상대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1장

오후 세 시의 샴페인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익숙한 듯 낯선, 화려한 샹들리에였다. 마치 거대한 거미처럼 천장에 매달려 빛을 뿜어내는 모습은 꿈결처럼 아득했다. 이게 정말 꿈일까? 아니면… 혹시 내가 죽은 걸까?

강하율은 뻐근한 목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급스러운 벨벳 커튼, 앤티크 가구,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벽면에 걸린 거대한 초상화였다. 젊은 시절의 할아버지, 강회장의 위엄 넘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은 그녀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긴 분명… 본가였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 그녀가 모진 결심을 하고 뛰쳐나왔던 바로 그 곳.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율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매끄럽고 탄력 있는 피부, 앳된 턱선.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10년 전, 22살의 풋풋했던 자신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지난 10년간의 고생과 굴곡은 마치 꿈처럼 사라져 버린 걸까.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익숙한 목소리에 하율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늙은 가정부, 박 여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여사는 하율이 어릴 적부터 그녀를 돌봐주었던, 가족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여사님… 제가 어떻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쓰러져 계신 아가씨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회장님께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박 여사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하율의 손을 잡았다. “일단 따뜻한 물로 샤워부터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오후 세 시에 있을 약혼식 준비도 해야죠.”

약혼식? 그 단어가 하율의 귓가에 날카롭게 박혔다. 오후 세 시의 약혼식…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재벌가의 정략결혼, 사랑 없는 결혼 생활, 그리고… 비참한 죽음. 그녀는 그 모든 것을 다시 겪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이번에는 반드시 운명을 바꿔놓을 것이다.

하율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창밖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마음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결심했다. “박 여사님, 회장님께 말씀드려 주세요. 약혼식은… 없을 거라고.” 하율의 단호한 목소리가 텅 빈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박 여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벌써 상대측에서 도착했는데…요.”

2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