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D의 사건

회의실 D의 사건

By A장

romance · 2026-04-23

백지현은 5년 전 헤어진 재벌 후계자 사윤풍으로부터 계약 결혼 제안을 받는다. 강 회장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명목으로, 백지현은 회사의 존폐를 걸고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계약 직후, 강 회장이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1장

회의실 D의 사건

귓가에 꽂히는 싸늘한 음성이, 5년 전 그날의 악몽을 다시 끄집어냈다. "백지현 씨, 이번 계약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에요. 내 어머니, 강 회장님의 마지막 소원이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사윤풍, 태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내 악몽의 시작. 그의 검은 눈동자는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5년 전,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그의 어머니, 강 회장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처참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덫으로 다시 나를 옭아매려 하고 있다.

"회장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찾으셨나요?"

"그래요. 백지현 씨가 사윤풍이 옆에 있어주길 간절히 바라셨죠. 물론, 단순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결혼해야 합니다."

결혼? 그 단어가 귓가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 5년 전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칼날을 들이미는 그의 잔인함에 숨이 막혔다. 태성 그룹은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재벌이다. 사윤풍은 그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였고, 나는 그저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의 팀장일 뿐이었다. 우리의 세상은 너무나 달랐고, 그 간극은 5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계약 결혼… 말씀이신가요?"

"정확해요. 1년. 1년 동안 우리는 완벽한 부부 행세를 해야 합니다. 언론, 가족,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계약을 들켜서는 안 돼요."

그의 조건은 냉혹했다. 1년 동안 그의 아내 역할을 하며, 태성 그룹의 며느리로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대가로, 나의 작은 에이전시는 엄청난 투자를 받게 될 것이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였기에,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만약… 계약이 틀어지면 어떻게 되죠?"

사윤풍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백지현 씨의 회사는 물론이고, 백지현 씨의 모든 것을 잃게 될 겁니다."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창밖에는 잿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마치 우리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나는 그의 덫에 걸려들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벗어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좋아요. 계약… 하겠어요."

나지막이 내뱉은 나의 대답에, 사윤풍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덮쳐왔다. 5년 전,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의 그림자가.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 백지현 씨."

그의 손이 나의 뺨을 스치는 순간,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사윤풍의 비서, 기현우였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전무님! 큰일 났습니다! 회장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2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