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남편 구함

가짜 남편 구함

By 김지연

romance · 2026-04-23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김다인은 용성재에게 붙잡힌다. 용성재은 김다인에게 가짜 연애를 제안하고, 아버지의 협박에 김다인은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다음 날, 김다인은 용성재의 고급 빌라로 향하고, 그곳에서 부부 행세를 시작하게 된다.

1장

가짜 남편 구함

결혼식장에서 도망쳐 나온 신부가 나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순백의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질주하는 내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코미디 영화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 잔혹했다.

“김다인 씨, 잠깐만요!”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외침에 나는 더욱 속도를 냈다. 아버지의 비서, 아니 이제는 나의 ‘전’ 약혼자의 비서가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고, 발은 이미 감각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는 밀려왔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3개월 전, 나는 용성재라는 남자와 정략결혼을 약속했다. 용성재, 태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 냉철하고 완벽한 그는 마치 조각상처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의 결혼은 철저한 비즈니스였다. 태성 그룹과 우리 아버지 회사의 결합,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결혼 준비는 숨 막힐 듯 답답했다. 웨딩드레스, 예물, 신혼여행…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흘러갔다. 나는 그저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었다. 용성재는 바쁜 일정 때문에 결혼 준비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가끔씩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형식적인 말들을 건넸다. “드레스는 마음에 드십니까?”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그의 질문에는 따뜻함도, 진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결혼식 당일, 나는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섰다. 수많은 하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쏟아졌다. 아버지는 자랑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내 팔을 잡고 있었다. 용성재는 단상 위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례사의 지루한 연설이 이어지고, 드디어 결혼 서약 순서가 다가왔다. “신부 김다인 씨는…” 주례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하객들은 술렁거렸다. 용성재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식장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지금, 벚꽃 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하… 하…”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었다. 나는 근처 공원 벤치에 주저앉았다. 드레스는 흙투성이가 되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버지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용성재는…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찾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돌아봤다. 용성재가 그림자처럼 내 뒤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왜 도망친 겁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용성재는 한참 동안 나를 말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뜻밖의 말을 꺼냈다.

“가짜 연애, 해보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가짜 연애라니? 그게 무슨 말일까? 용성재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겁니다. 나쁘지 않은 거래죠.”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아버지'였다. 나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김다인! 당장 돌아오지 않으면 네 동생 사업 자금 지원은 없을 줄 알아!"

동생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는 아버지의 협박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용성재는 그런 나를 꿰뚫어보는 듯 했다. 그는 내게 더욱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거짓된 약속을 맺었다.

“좋아요, 용성재 씨. 가짜 연애, 하죠.”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용성재의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는 묵묵히 운전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는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내 마음은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의 가짜 연애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차는 어느 고급 빌라 앞에 멈춰 섰다. 용성재는 차에서 내려 나에게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이제부터 여기가 당신의 집입니다.”

나는 빌라를 올려다봤다.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용성재의 다음 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부터 부부입니다.”

2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