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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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romance · 2026-04-23

조은비는 맞선을 피하기 위해 대학 선배 진형준에게 남자친구 대행을 제안한다. 진형준은 예상외로 제안을 수락하지만, 꼭두각시가 되라는 조건을 내건다. 조은비는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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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준 씨, 그러니까… 제 남자친구 대행, 해주실 수 있겠어요?”

카페 안은 에어컨 바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끈적거렸다. 조은비는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쌉쌀한 커피 맛이 입안을 맴돌았지만, 지금 그녀의 심정을 달래주기엔 역부족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진형준은 그녀의 말에 미동도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카페 앞에 핀 석류꽃이었다. 붉은 꽃잎이 햇빛을 받아 더욱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조은비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였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제안이었다. 진형준은 5년 전 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난 선배였다. 그는 늘 과묵하고 차분했지만, 조은비에게는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었다. 졸업 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연락이 끊겼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다.

“조은비 씨, 지금 제정신이에요?”

침묵을 깬 것은 진형준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조은비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컵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제안이 얼마나 황당하고 무모한 것인지.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저… 정말 급해서 그래요. 진형준 씨 말고는 부탁할 사람이 없어요.”

조은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진형준은 그런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집안은 대대로 법조계에 몸담아 온 명문가였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변호사가 되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디자인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디자인 회사에 입사했지만, 그 후로 집안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문제는 그녀의 맞선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어떻게든 법조계 인사와 결혼시키려고 끊임없이 맞선을 강요했다. 이번 상대는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다. 그녀는 도저히 그 맞선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진형준에게 남자친구 대행을 부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조은비 씨, 나도 조은비 씨가 힘든 건 알아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진형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진지했고,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조은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도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절박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부모님이 정해준 삶을 살고 싶지도 않았다.

“진형준 씨, 제발… 딱 한 번만 도와주세요. 이번 맞선만 막아주시면, 다시는 진형준 씨에게 폐 끼치지 않을게요.”

조은비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녀의 간절한 눈빛이 진형준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좋아요. 조은비 씨를 돕기로 하죠.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조은비는 깜짝 놀라 진형준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결연해 보였다. 조은비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계약 기간 동안, 조은비 씨는 내가 하라는 대로 전부 해야 해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해요.”

진형준의 말에 조은비는 당황했다. 그의 태도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의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차갑고 냉정한 얼굴만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왜 갑자기 이런 조건을 내건 걸까? 조은비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조은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형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 조건은 그거예요. 조은비 씨가 내 꼭두각시가 되는 것.”

그의 섬뜩한 미소와 함께, 카페 안의 석류꽃 그늘이 더욱 짙어지는 듯했다. 조은비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그녀는 이 계약 연애를 감당할 수 있을까? 그녀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바로 그때, 조은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어머니'였다. 조은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그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은비!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와. 당장!"

2장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