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의 끝, 입술의 시작
Chapter 3 — 차가운 심장에 닿은 핏빛 장미
차가운 새벽 공기가 두예린의 뺨을 스쳤다. 텅 빈 저택 안, 그녀는 홀로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서강준의 경멸 어린 시선과 모욕적인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굴욕감과 분노가 뒤섞여 심장을 죄어왔지만, 더 이상 눈물 흘릴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그의 요구를 거부했다. 처음으로, 짓밟히는 자존심 대신 꼿꼿이 고개를 들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X'라는 발신자. 낯선 번호였지만, 어젯밤 받은 메시지의 발신자였다. 망설임 끝에 메시지를 열었다. '오늘 밤, 블랙 로즈에서. 당신의 복수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복수. 그 단어가 두예린의 메마른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아버지가 남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짓밟힌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답장을 보냈다. '가겠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두예린은 굳게 다문 입술로 저택을 나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강준과의 결혼 생활에 모든 것을 걸고 희망을 품었지만, 이제 그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남은 것은 오직 복수심뿐. 그녀는 짙은 색의 드레스를 입고, 붉은 립스틱을 발랐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단호했다. 더 이상 순종적인 아내가 아니었다. 그녀는 복수를 위해 변해야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강남의 클럽 '블랙 로즈'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화려한 조명과 쿵쾅거리는 음악, 짙은 향수 냄새가 뒤섞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예린은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룸 안에는 이미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그는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담고 있었다. 마치 밤의 장미처럼.
"두예린 씨, 기다렸습니다." 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맞았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 남자가 정말 그녀의 복수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X'인가요?" 두예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게 불러도 좋습니다. 당신의 상황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서강준 씨와의 결혼, 그리고 그의... 다른 여자."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복수, 충분히 가능합니다."
두예린은 숨을 죽였다. 그의 말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어떻게?"
"서강준 씨에게는 약점이 있습니다. 모든 남자에게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죠. 그걸 이용하면 됩니다." 남자는 붉은색 와인이 담긴 잔을 흔들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저와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두예린 씨? 당신의 복수를, 제가 완성시켜 드리죠."
그녀는 남자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 망설였다. 낯선 남자, 미지의 제안.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룸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차가운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서강준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마치, 그녀의 복수가 시작되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듯한 경고처럼.
"두예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서강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두예린과 낯선 남자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