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자장가

Chapter 3 — 깨진 거울 속의 당신

차가운 밤공기가 서윤의 뺨을 때렸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뒤엉킨 감정들이 그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동재윤의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온 후, 그녀는 텅 빈 강남 거리 위를 하염없이 걸었다. 5년. 5년 동안 감쪽같이 숨겨진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둔갑시킨 동재윤의 죽은 약혼녀. 머릿속에서 수많은 질문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정말 당신 어머니의 짓이었던 거야? 그럼… 동재윤 씨는 뭘 알고 있었던 거지?'

그녀의 걸음이 멈춘 곳은 늦은 시간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한적한 카페 앞이었다. 씁쓸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자, 문득 5년 전, 아이를 잃었던 그 날의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도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갓 태어난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던 순간, 그리고 거짓말처럼 아이를 빼앗겼던 순간.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 싸울 거야?”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서윤은 숨을 멈췄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민 여사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 서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당신… 어떻게…?”

“네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어. 동재윤 씨가 널 얼마나 아끼는지,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민 여사의 목소리에는 묘한 위로와 함께 차가운 경고가 섞여 있었다. 그녀는 서윤의 앞에 놓인 의자를 빼내 앉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찻잔 위로 비친 민 여사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재윤 씨가 가진 건 너무 많아. 그걸 지키기 위해선, 때로는… 희생이 필요해. 너도 그걸 이해해야만 해.”

“희생이요? 제 아이를 뺏기고, 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게… 희생이라고요?”

서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 여사는 그런 서윤을 꿰뚫어 보듯 응시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그 아이는… 재윤 씨의 약혼녀에게 간 것이 맞아. 하지만 그건, 너와 재윤 씨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어. 진실을 알게 되면, 넌 더 큰 비극을 마주하게 될 거야.”

민 여사의 말은 서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불안감을 건드렸다. 그녀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진실이 있는 걸까? 동재윤이 말했던, 죽은 약혼녀에 얽힌 더 깊은 비밀이란 무엇일까?

그 순간, 서윤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자는 동재윤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자, 동재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아, 제발… 지금 당장 내게 와야 해! 큰일 났어!”

무슨 일이냐는 서윤의 물음에도 동재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숨소리에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묻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 카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낯선 남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눈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윤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