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 부르지 마
Chapter 3 — 차가운 진실, 뜨거운 눈물
호텔 정원의 싸늘한 밤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신동건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되새겼다. 방금 전까지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노태양이, 서수아를 이용해 자신과 아버지를 파멸시키려는 계획을 털어놓던 순간. 그 충격적인 진실은 마치 얼음물처럼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말도 안 돼… 태양, 네가 어떻게….”
동건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태양을 노려보았다. 태양은 차가운 미소를 머금은 채, 동건의 혼란을 즐기는 듯했다.
“왜 못 믿겠다는 얼굴이야, 동건아? 우린 친구잖아. 친구라면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지. 네게는 수아라는 여자, 내게는 그 모든 것을 빼앗을 기회. 완벽하지 않아?”
태양의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동건의 심장을 후볐다. 그는 수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수아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가 겪었을 공포와 배신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동건을 휩쓸었다.
“수아 씨, 괜찮아요? 내가 왔어요. 이제 아무도 당신 건드리지 못해.”
동건은 수아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그녀에게 안심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친구의 배신, 아버지의 약혼녀를 향한 자신의 금지된 감정,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계획한 태양의 잔혹함. 그는 수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그리고 이 끔찍한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이 개자식…!”
동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태양은 날렵하게 피하며 동건의 턱을 강타했다. 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하게 이어졌다. 호텔 정원의 고요함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때, 수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안 돼요! 동건 씨!”
동건이 잠시 태양과의 싸움에서 시선을 돌린 사이, 태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아에게 다가갔다. 그는 수아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그녀를 자신과 동건 사이로 끌어당겼다.
“동건아, 네가 뭘 망설이는지 알아. 하지만 넌 선택해야 해. 네 아버지와 수아,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거야. 아니면… 둘 다 잃거나.”
태양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그의 손에 들린 작은 USB 메모리 스틱이 동건의 눈에 들어왔다. 그것이 수아의 비밀과 관련된 것임을 직감한 동건은 숨을 멈췄다.
“이걸로 뭘 하려는 거지?”
동건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아는 겁에 질린 눈으로 동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필사적인 구조 요청이 담겨 있었다.
“이건… 네 아버지 몰락의 시작이야. 그리고 네가 가진 모든 것의 끝이지.”
태양이 씨익 웃으며 USB를 들어 올렸다. 동건은 수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과 태양의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는 수아의 손을 꽉 잡았다. 수아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건…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수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태양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태양의 힘은 강력했다. 그 순간, 호텔 안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경찰인가?”
태양이 인상을 찌푸렸다. 동건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수아를 태양의 손에서 떼어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호텔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빨리 가요!”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태양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차가운 미소를 되찾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호텔 정원에는 이제 그들의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동건과 수아는 호텔 복도를 미친 듯이 달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태양의 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수아는 숨을 헐떡이며 동건의 팔에 기대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괜찮아요, 수아 씨. 내가 옆에 있어요.”
동건은 수아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의 심장은 불안감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태양이 말한 '수아의 비밀'과 'USB 메모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일까. 그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깊은 슬픔과 함께, 알 수 없는 결의를 발견했다.
그때, 복도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소?”
목소리의 주인은… 동건의 아버지였다. 그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동건은 당황하여 수아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이 상황을 아버지에게 들키는 것은 절대 금물이었다.
“수아 씨, 잠깐만 여기 숨어요.”
동건은 수아를 근처에 있던 작은 창고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미 그들을 발견한 듯했다.
“동건아!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게냐?”
아버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동건의 귓가에 울렸다. 동건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에게는 물론, 수아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비밀들은 점점 더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때, 창고 문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동건은 무심코 창고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는 경악했다. 창고 안에서, 수아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고, 아버지의 얼굴에는 수아에게만 보여주는 따뜻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수아가 고개를 돌려 동건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동건을 향한 깊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동건의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