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붕, 다른 베개

Chapter 3 — 흩어진 잉크와 젖은 깃펜

한 회장의 사무실은 짙은 마호가니와 가죽 냄새로 가득했다. 사공윤은 차갑게 빛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한 회장의 날카로운 시선을 피했다. 마침내, 한 회장이 입을 열었다.

“사공 강사. 자네와 내 딸, 정아린에 대해 할 이야기가 좀 있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공윤은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이미 아린의 편지로 인해 마음이 뒤숭숭한 상태였다. 그녀가 두고 간 편지는 마치 엎질러진 잉크처럼 그의 머릿속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아린이가… 요새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사공윤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한 회장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힘든 건 자네가 아닐까? 내 딸이 가진 마음이, 자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똑똑히 보고 있네.”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아린이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안다. 그리고 자네가 그 길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기를 원치 않아.”

사공윤은 턱을 굳게 다물었다. 한 회장의 의도는 명확했다. 그는 사공윤에게 아린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혹은 더 나아가 아린에게서 떨어지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아린의 편지에서,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깊은 감정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위해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읽었다. ‘안 돼.’ 그의 머릿속에서 그 단어가 메아리쳤다. 그의 발걸음이 서재를 향했던 것은, 아린이 편지에 덧붙였던, 그의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 때문이었다. 깃펜… 낡은 깃펜. 그것은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은유였을까, 아니면…?

“돈으로 해결하고 싶나?” 한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싸늘해졌다.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하게. 아린이에게서 손 떼는 대가로,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많아.”

사공윤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이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결의가 서려 있었다. 그는 한 회장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는 ‘정아린’이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 모든 상황이 아린의 갑작스러운 행동과 얽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급한 전화입니다.”

사공윤은 사무실을 나서며, 아린의 젖은 깃펜이 담긴 편지를 떠올렸다. 그는 그것을 막아야 했다.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했지만, 그의 본능은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아린이 있는 곳으로, 혹은 그가 막아야 할 진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의 눈앞에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처럼, 앞으로 닥쳐올 더욱 거센 폭풍이 예고되고 있었다.

사무실 문이 닫히기 직전, 한 회장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사공윤이 서재에서 발견했을지도 모를, 혹은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를 진실에 대해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사공윤은 아린의 전화를 받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의 뒤로는, 흩어진 잉크 자국처럼 그의 앞날에 드리워진 불확실성과 위험이 짙게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