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웨딩드레스
Chapter 3 — 차가운 유리 너머의 시선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쳤다. 태강 그룹 본사의 거대한 유리 문을 열고 들어선 서연화는 숨을 멈췄다. 웅장하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로비는 그녀가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낯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조명 아래, 무표정한 얼굴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거대한 기계 속 부품처럼, 그들의 움직임에는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루하빈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혹은 무시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예약은 되어 있으십니까?"
"아니요. 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직원은 손가락으로 로비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에서 잠시 대기하십시오. 담당자가 곧 올 것입니다."
차갑게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연화는 안내된 의자에 앉았다. 푹신한 가죽 의자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불안으로 조여들었다. 루하빈은 왜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걸까. 그의 체포와 이곳에서의 만남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아버지인 서 회장의 당혹스러운 표정과, 결혼식장에서 보았던 익명의 남자의 섬뜩한 미소가 머릿속을 헤집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십 분, 이십 분… 그녀가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저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냉철한 눈빛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연화 앞에 멈춰 서더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서연화 씨, 맞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루하빈 씨의 부탁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그 부탁이라는 것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서요."
"무슨 부탁 말씀이신가요?" 연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루하빈 씨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당신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쓰라고 하더군요. 당신의 아버지, 서진 그룹을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유리처럼 차가운 그의 말이 연화의 심장을 꿰뚫었다. 모든 것을 뒤집어쓰라고? 루하빈이?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거대한 빌딩 안에서, 차가운 시선들에 둘러싸여, 그녀는 자신이 덫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그때,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잠시 전화를 받더니, 연화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이 여기 온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매우… 불쾌해하시더군요."
차가운 바람이 다시 그녀의 뺨을 스쳤다. 태강 그룹 본사를 나서는 연화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텅 빈 거리 위에 홀로 남겨진 그녀의 귓가에는, 남자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이 맴돌고 있었다. "모든 것을 당신에게 뒤집어쓰라고…"
그녀는 짙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눈앞에는 거대한 음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과연 이 진실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