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오피스아워

Chapter 3 — 붉은 립스틱의 맹세

차가운 밤공기가 창문을 두드렸다.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하율에게 아무런 위안도 주지 못했다. 추건혁의 눈빛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 아이 맞아?’ 그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하율의 심장을 짓눌렀다.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텅 빈 눈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들었던 입술은 이미 색을 잃고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임신. 그의 아이. 모든 것이 뒤엉킨 현실 앞에서 그녀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막막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 숨 쉬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녀 안에 자라고 있는 생명은, 그녀를 이 현실에 묶어두었다.

그녀는 서랍을 열었다. 낡은 사진 한 장이 손끝에 닿았다. 흐릿한 흑백 사진 속에는 어린 추건혁과 앳된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의 어머니. 아버지의 강요로 헤어져야 했던, 그래서 평생을 후회 속에 살았다는 그녀. 하율은 사진을 쥔 손을 꽉 쥐었다. 서 회장이 왜 그토록 자신을 싫어하는지, 그 이유의 한 조각이 보이는 듯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돌아온 건가? 하지만 문 앞에 선 것은 추건혁이 아니었다. 낯선 남자, 그러나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검은색 상자가 들려 있었다. 남자는 하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찾고 있었다, 하율 씨.”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율은 본능적으로 그의 손에 들린 상자에 시선이 꽂혔다. 저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남자는 누구일까.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무슨… 용건이죠?”

하율의 목소리가 떨렸다. 남자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핏빛처럼 붉은 루비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 듯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냈다.

“회장님께서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다.”

서 회장의 선물이라니. 하율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를 혐오하던 그가, 왜 이제 와서 이런 선물을 보내는 걸까. 남자는 목걸이를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꼭 전하라고 하셨지. ‘네가 준 것도, 네가 받을 것도 아니다’라고.”

그 말과 동시에 남자는 목걸이를 허공에 던졌다. 루비는 찬란하게 빛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율은 숨을 멈췄다. 그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그리고 맹세였다. 그녀를 향한, 혹은 그 누구를 향한 맹세였을까. 텅 빈 펜트하우스에 루비가 떨어지는 소리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