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신부

Chapter 3 — 가시 돋친 장미의 맹세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릎을 꿇은 최나라의 뺨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박 회장의 거대한 손이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 눈빛 속에서 최나라는 섬뜩한 욕망과 함께 짙은 광기를 읽었다. 손범기의 죽음 앞에서 맹세했던 복수의 칼날은, 이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휘어지고 있었다.

“네가 내 며느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박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최나라의 뺨을 쓸어내리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HL 그룹을 가지려면, 너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필요해. 내 아들, 강하율에게 너를 줘서, HL을 통째로 삼킬 거야.”

‘강하율… 손범기의 여동생.’

최나라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처음에는 손범기의 복수를 위해, 그저 가면을 쓰고 강하율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등장으로 모든 판이 뒤틀렸다. 그는 단순한 사업적 동맹이 아니라, 최나라 자체를 소유하려 했다. 그녀의 의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싫어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최나라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녀는 인형이 아니었다. 복수의 도구일지언정,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 박 회장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그는 턱을 쥔 손에 힘을 주었고, 최나라는 고통에 신음했다.

“싫다니… 누가 널 잡아두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박 회장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스스로 이 길을 택하게 될 거야. 아니, 택하게 만들어 줄 테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나라를 차가운 바닥에 내버려 둔 채 뒤돌아섰다. “내 아들은 곧 돌아올 테니, 그때까지 잘 생각해 보라고.”

최나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박 회장은 떠났고, 그녀는 홀로 차가운 납골당에 남겨졌다. 굳게 닫힌 납골당 문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인기척은, 그녀를 더욱 고립시키는 듯했다. 손범기의 사진 앞에서, 최나라는 다시 한번 눈물을 삼켰다. 그의 얼굴을 떠올릴수록, 박 회장에 대한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과 엮일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회장의 제안을 거절할 방법은 없었다. 강제로라도 며느리를 삼겠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복수는커녕,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터였다. 그녀는 손범기의 납골단에 손을 얹으며, 차갑게 굳은 돌에 입을 맞추었다.

“범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속삭임이 납골당 안에 메아리쳤다. 바로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납골당 문이 덜컥, 하고 열렸다. 예상치 못한 인기척에 최나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그림자… 그것은 박 회장이 아니었다.

“최나라 씨?”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손범기와 똑 닮은, 그러나 어딘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의 눈빛은 최나라를 향해 있었고,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손범기 씨…?”

최나라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이름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약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낯선 남자였지만, 동시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의 등장으로, 최나라의 복수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저는 강하율입니다.”

남자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그의 말은 최나라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최나라가 사랑했던, 그리고 복수하려 했던, 그의 여동생이라니. 그의 말은 최나라의 모든 계획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